[기고]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거는 기대

한풀 꺾인 전기차와 LPG차, 장점만 뽑아 쓰는 방법 / 김필수

에너지산업신문 승인 2024.04.30 17:00 | 최종 수정 2024.04.30 17:06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기후변화는 온실가스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온실가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공장이나 발전소의 굴뚝과 자동차의 배기관에서 나오는 연기다. 그도 그럴 것이 온실가스 가운데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나 된다. 세계 각국이 자동차의 화석 연료를 규제하고, 이를 점차 강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와중에 가장 주목받은 무공해차는 전기차다. 한 때 보급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열기가 한풀 꺾였다. 충전 시설 확충 속도가 더디고, 충전 전기료는 초창기보다 훨씬 높아졌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겨울엔 주행거리가 감소한다. 화재 등 안전성 문제도 여전하다.

더욱이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차의 2배 수준이다. 보조금을 붙여도 여전히 비싸고, 불편성과 위험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공해차 사용을 아무리 장려해도 전기차가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차량은 집 다음으로 돈이 많이 드는 재산이고, 등록부터 폐차까지 10년 내외가 걸린다. 이래저래 내연기관차를 한꺼번에 전기차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차 구입 고객에게 무공해차나 저공해차 의무화가 필연이라면, 전기차를 대체할 유력 후보는 하이브리드전기차밖에 없다. 신차 및 신차급 중고차 시장에서 앞으로 3~4년 정도는 하이브리드가 강세를 보일 것이다. 지금도 인기 있는 차종은 반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기열(待機列)이 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대되는 차종은 단연 LPG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전기차다. 최초의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 후보는 ‘기아 K5’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2월까지 대한LPG협회와 자동차 개조 전문업체, 택시업계가 ‘K5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 택시’의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연비와 출력은 타 차종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연비 시험에서 LPG택시와 비교해 봐도 연비는 68% 높아졌고, 탄소 배출량은 45% 감소했다. 카니발 같은 인기 있는 SUV 모델이 출시되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K5 LPG 하이브리드’ 판매량에 따라 추가 개발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1톤 LPG 트럭과 전기 택시도 LPG하이브리드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LPG 차량은 내연기관차 가운데 환경 오염원 배출량이 가장 적다. LPG가 ‘생계형’인 택시와 장애인 차량 전용 연료로 오랜 기간 활용된 덕분에 차량 보급 대수도 적지 않다. 경유/휘발유 연료 차량을 LPG-부탄 연료 전용 및 겸용 차량으로 개조하는 기술도 우수하다. 주유소 다음으로 자주 볼 수 있는 충전소에서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고, 오랜 세월을 거치며 안전성도 검증됐다. 차량 가격도 전기차보다 저렴하다. 최근에 1톤 전기트럭을 대신해 1톤 LPG트럭이 주목을 받아 매달 수 만대가 판매되는 이유와 같다.

물론 LPG는 화석 연료여서 LPG차는 저공해차에서 제외될 운명이다. LPG택시 대신 전기택시가 보급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충전을 위해 수시로 멈춰 있어야 하고, 신차 가격이 여전히 비싼데다, 반도체나 배터리 소재 광물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에 반해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성공적으로 보급된다면 1회 충전으로 훨씬 더 많은 거리를 운행할 수 있다. 완전 내연기관차보다는 훨씬 환경친화적일 것이다. 가격도 LPG차보다 비싸지만 전기차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두 연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상쇄하는 길은 두 가지를 다 쓰는 것뿐이다.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완벽한 미래 자동차도, 완벽한 무공해 자동차도 아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과 가까운 미래에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고, 그렇기에 기대를 걸만한 차량임은 분명하다.

김필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대한LPG협회는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법인택시 4개사, 자동차 개발업체와 ‘LPG하이브리드 택시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대한LPG협회

저작권자 ⓒ 에너지산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