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한국전기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 연합팀이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발전’ 기술의 산업화에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열전발전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이나 반도체 접점 사이에 생기는 온도 차를 전기로 변환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미래형 기술로 주목받아 왔으나 실용 연구 데이터의 부족과 이론과 실제 효율 간 괴리로 산업 현장 적용이 쉽지 않았다.

박수동 전기연구원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박사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 기업들이 열전발전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기준 체계를 확립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전 세계 논문과 기술 브로셔 등 1만 3000여 건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가장 널리 쓰이는 열전 반도체 조성과 평균 성능, 규격을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도, 제조 방식 등 다양한 환경 조건에 영향을 덜 받는 ‘열전발전 기준 소자 3종’을 개발했다. 이 기준 소자는 산업계가 자체 개발한 열전 소자와 성능을 비교·평가하는 ‘공통 언어’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기업들이 연구개발, 설계, 제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습기, 진동, 소금기 영향 등 환경 특성, 전압 내성 등 전기적 특성, 강도와 충격, 압력 등 기계적 특성, 소자 수명 예측, 열전 반도체 물성, 계면 열전도도, 성능 분석 평가 장비 정보 등 다양한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공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서울대, 에코피아㈜, ㈜정관 등도 각각 기계적 특성, 수명 예측, 물성 데이터, 이론 개발, 공정 및 평가 장비 개발 등에 참여했다.

특히 산업 현장의 고온가스 배출 환경을 모사한 국내 유일의 ‘테스트베드’도 구축했다. 이 인프라는 250~300도의 고온 가스를 최대 14m/s 속도로 분사해 열전발전 모듈의 실제 성능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KERI는 1.6m 길이의 kW급 열전발전 파워 모듈을 직접 제작해 이 인프라에서 실증하는 등 객관적 평가 설비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전기연구원은 측정·평가 노하우를 담은 기록 절차서를 제작해 필요로 하는 기업에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열전 소자와 반도체에 따라 출력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구축해 무료로 공개했다. 전기연구원은 선박·산업용 대형 열전발전 시스템 개발과 열전 냉각 기술 연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2027년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는 열전발전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기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박수동 박사는 “열전발전 개발 과정에 필요한 기준점, 데이터, 실증 인프라까지 원스톱으로 체계를 구축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더했고, 범국가적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동 박사(가운데) 연구팀이 열전 발전 기준 소자 3종을 각각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c)한국전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