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석유 수요 최대론’이나 ‘석유고갈론’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10년 후까지는 석유 수요가 현행과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자원공급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6일 서울 을지로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산업통상자원부, 대한석유협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2025 석유 컨퍼런스’가 열렸다. ‘정유산업의 전략적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한 이 날 행사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환경 속에서 국내 정유산업의 미래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 운송·항공·유화 등 세계 수요 여전…생산 투자 정체돼 공급 경색 우려
첫 발제자인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세계 석유 시장의 수요와 공급 탄력성을 분석하며 국내 석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석유 고갈론’ 또는 ‘(석유) 수요 최대(피크)론’에도 불구하고, 실제 석유 수요는 2035년까지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완만한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신흥국 중심으로 도로 운송 수요는 여전하고, 항공 및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도 마지막까지 남는 핵심 수요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반면 글로벌 석유 생산 투자는 지난 10년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어 공급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수요 감축 못지않게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시급한 만큼 에너지특별회계의 공적 역할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중·일 등 경쟁국 탐사·정유 등 모든 부문 인공지능 도입…국내도 활용해야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정유산업과 인공지능(AI)의 결합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공정 데이터를 통합·표준화해 AI 활용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AI를 도입해 효율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최 위원은 “중국과 일본 등지의 글로벌 정유사들은 이미 AI를 통해 탐사 기간을 9개월에서 9일로 단축하고, 생산 비용을 최대 25~50%까지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시노펙(Sinopec)이 화웨이와 협력해 스마트 정유시설을 구축한 사례로, 비계획 가동 정지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일본의 에네오스(ENEOS)는 베테랑 운전원의 노하우를 학습한 AI로 상압증류탑의 100% 자율 가동을 추진하는 사례도 함께 들었다.
● 전기차 이외 바이오연료·E-퓨얼 등 동력원도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 이용해야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차 45% 뿐만 아니라 수소 기반 재생합성연료, 일명 이퓨얼(e-Fuel) 28%, 바이오 연료 16% 등 균형 있는 동력원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대응 전략’ 제하의 발표에서 IEA의 시나리오를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자원 한계와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현상을 고려하면 전기차 보급에만 의존하는 전략으로는 NDC 달성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탄소중립 연료 기술 개발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기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필수”라고 덧붙였다.
● 석유 유통 유공자 장관 표창…‘정유산업 경쟁력 유지·탄소중립 대응 치밀해야’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산업부가 석유 유통 질서 확립에 기여한 유공자 10명에게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가 사회하고, 심재수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장, 이종민 서울대 교수, 정재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한 토론도 진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치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제조 AI 도입 확산, 설비 효율화 투자 지원 확대, 친환경 원료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집중 추진하고, 이에 부응해 민간 부문에서도 투자와 신기술 도입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을지로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2025 석유 컨퍼런스’. (c) 에너지산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