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테네시주에 총 11조 원 규모의 대규모 핵심광물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세계적인 자원 무기화 추세 속에서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 2029년 가동 목표… 미국 내 54만 톤 생산 ‘통합 제련소’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에 ‘미국 제련소(U.S. Smelter)’를 조성하기로 했다. 총 투자 규모는 자본지출(Capex) 기준 약 10조 원(66억 달러)이며,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해당 제련소는 약 65만㎡(20만 평) 규모로,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해 2029년 단계적 가동 및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시 연간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아연, 연, 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부터 금, 은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 인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 13종을 총 54만 톤 규모로 생산하게 된다. 특히 생산 품목 중 11종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된 품목들이다.

● 물류 전력 등 입지 우수…중장기 성장 동력과 시너지 극대화

제련소가 들어설 테네시주 클락스빌 부지는 물류 접근성이 우수하고 전력 공급가가 저렴해 원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또한 고려아연은 기존 니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와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인수 합의도 마친 상태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Pedalpoint) 및 캐터맨(Kataman)과 연계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원료 조달부터 제련, 판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확장해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현지 정부·블룸버그 등 언론 ‘핵심광물 의존도 낮춰 안보 강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일제히 환영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 딜”이라며,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및 경제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전쟁부 부장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인용하며 핵심광물을 필수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외신들도 이번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고려아연이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국가안보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강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안공지능, 방위산업 등 핵심광물 수요가 집약된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라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에 편입돼 글로벌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하고 기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된 제품. (c)고려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