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대용량 배터리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구축

한국전기연구원, 광주 스마트그리드본부서 준공식…전지 대용량화 및 고안전성 실현

심유빈 승인 2022.03.30 20:35 | 최종 수정 2022.03.31 01:51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한국전기연구원이 탄소중립의 숨은 진주라고 불리는 ‘레독스흐름전지’를 시험 및 인증할 수 있는 초대형 센터를 광주지역본부 스마트그리드본부에 준공했다고 29일 밝혔다.

| 국내 업체 신속한 시험·인증 가능…ESS 등 조기 상용화로 비용 절감이 장점

전기연구원은 산업부와 광주광역시의 도움을 받아 총 사업비 233.5억원을 투입해 총 1만 ㎡(3025평) 부지에 연면적 2250㎡(680평) 규모의 ‘대용량 전력저장용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를 구축했다.

센터 내에는 부품·소재, 스택, 모듈, 시스템 등 전지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19개 항목에 대한 44점의 장비가 들어선다. 기술 지원과 정보 제공, 인력 양성 등을 위해 이 센터에는 한국전지연구조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전남대학교 등이 함께 참여한다.

한국전기연구원 광주 스마트그리드본부에 구축된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c)한국전기연구원

센터가 개설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빠르게 시험·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제품 상용화에 걸리는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레독스흐름전지 조기 상용화를 통해 ESS 시스템 구축 비용을 연간 약 30% 절감할 수 있고,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의 시각이다.

| ‘차세대 장주기 대용량’ 레독스흐름전지, ‘환원-산화-흐름’으로 전기에너지 발생

레독스흐름전지(Red-Ox-Flow Battery)는 환원(Reduction)과 산화(Oxidation), 흐름(Flow)의 단어를 합성한 용어다. 산화·환원이라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자가 전해액의 도움을 받아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레독스흐름전지는 차세대 장주기 대용량 이차전지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스마트그리드 및 분산형 전력망 구축 등에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한 전해액이 전자의 흐름을 돕고, 생성된 전기 에너지를 활물질이 포함된 전극에 저장한다.

레독스 흐름전지는 산화·환원이라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자가 전해액의 도움을 받아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c)한국전기연구원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전력 생산의 불안정성(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성능이 뛰어난 대용량 ESS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레독스흐름전지가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다.

| 출력·용량 독립 설계부터 대용량화까지 ‘OK’…ESS 세계 시장 2024년 38조원

레독스흐름전지는 전해액 내에 활물질을 녹여 외부 탱크에 저장한 후, 펌프를 이용해 이 전해액을 전극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충·방전 시 전극 표면에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고, 여기서 발생한 전기 에너지를 전해질에 저장하는 구조다.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주체가 전극이 아닌 전해액이라는 점이 기존 이차전지와 레독스흐름전지의 큰 차이다.

레독스흐름전지는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과 전기를 저장하는 부분을 구분했기 때문에 출력과 용량의 독립적인 설계는 물론, 전지 대용량화도 가능하다.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으며, 사용 후 전해액은 100% 재활용돼 진정한 탄소제로를 실현할 수 있다. 전해액의 주기적 재조정을 통해 전지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화재 발생 위험이 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안상필 전기연구원 에너지기기시험실장이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c)한국전기연구원

미국 시장조사 업체 네비건트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ESS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14조에서 2024년 약 38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레독스흐름전지의 성능을 시험 평가하고,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했다.

| 광주광역시, 호남전기·세방전지 등 전지산업 육성 ‘최적’…기술 지원 기관 집중

한편 준공식에는 명성호 전기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윤영덕 국회의원(광주 동남갑),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김용집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광주시는 1946년 국내 최초의 건전지 제조업체인 호남전기㈜를 시작으로 전지산업을 육성해 왔으며 지난해 10월 평동2차산단 내에 1200억원을 투자해 420만대 전기차 배터리 팩을 생산하는 세방리튬배터리팩 공장을 준공하는 등 전지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해왔다.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이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c)한국전기연구원

인근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융복합단지 종합지원센터,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원 등 전력저장장치 기술을 지원하는 기관이 집중돼 있어 전력지원체계 중심의 전력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메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이용섭 시장, “에너지자립 거점화”… 명성호 원장, “기술경쟁력 위해 지원 강화”

이용섭 시장은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는 우리 지역 배터리 및 ESS산업 발전을 이끌고 에너지 자립을 선도하는 핵심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광주시는 기후위기 대응에 한발 앞서가면서 세계 속의 녹색도시, ‘그린 스마트 펀 시티’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명성호 전기연구원 원장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워낙 규모가 작아 리튬이온전지 ESS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탄소중립 시대에서는 많은 양의 전기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레독스흐름전지 ESS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c)한국전기연구원

명 원장은 “국내 최초로 광주지역에 구축된 센터를 통해 우리나라 업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전지의 시험·인증을 받고, 세계 무대에서도 뒤지지 않는 기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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