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마이크로파 토양 침투 가열 병해충 방제 기술 개발

정순신 한국전기연구원 박사팀, 마이크로파 한데 모아 중첩해 최대 100℃ 가열

조강희 승인 2023.12.20 16:48 | 최종 수정 2023.12.28 07:38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전자레인지의 작동 원리인 마이크로파 가열 기술을 이용해 토양을 가열하는 방식으로 병해충을 방지하는 기술을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순신 한국전기연구원 박사팀은 마이크로파를 땅속 깊이 침투시켜 토양 속 수분을 가열해 열에 취약한 토양 전염성 세균·곰팡이·선충 등의 병해충을 방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같은 밭에 연이어 같은 작물을 심을 때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연작 장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병해충 방제용 농약의 생태계 파괴, 약제 저항성, 잔류 독성 등 문제가 없고, 땅을 회복시키기 위해 장기간 휴작을 할 필요도 없다.

마이크로파 토양 가열 기술은 호주 등지에서 이미 연구가 진행됐지만, 파동 회절 특성을 지닌 마이크로파가 쉽게 흩어지기 때문에 땅속 깊이 10cm 내외로 침투하는 데 그쳐 잡초 제거 등에만 활용돼 왔다.

정순신 박사가 이끄는 한국전기연구원 연구팀은 마이크로파의 성질을 수년간 면밀하게 분석해 파장을 원하는 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마이크로파 공간 분포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조절을 통해 마이크로파를 한 데 모아서 중첩시키면 가열 온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마이크로파 침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안테나(방사부)를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안테나에서 방사된 마이크로파는 땅속 특정 지점에서 만나도록 유도돼 파동이 서로 합쳐져 진폭이 커졌고, 땅속 깊이 30cm 이상을 60~100℃로 가열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파의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땅속 수분을 선택적으로 가열할 수도 있다. 토양의 10~30%는 수분이며, 병해충 대부분은 작물 뿌리 근처에 서식하는데, 대개 60℃ 이상의 열을 가하면 사멸한다. 땅은 보온성이 높아 한 번 가열하면 잘 식지 않고 열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기술은 농가 연작장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달라며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이 요청해 연구가 시작됐다. 이 기술은 병해충 방제 장치 전문업체 주은케어팜에 이전됐으며, 제작될 장비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통해 전국 농민들이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은 농업 뿐만 아니라 항만과 공항에서 발견되는 흰개미, 붉은불개미, 열대불개미 등 외래 병해충 서식처를 바닥을 부수지 않는 비파괴 방법으로 박멸할 수 있다. 차량에 마이크로파 가열장치를 장착하면 겨울철 도로 위 살얼음을 제거하거나 기름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추가 기술이전 수요 업체를 찾고 있다. 이 기술은 한국전기연구원 기본사업인 ‘토양 병해충 방제용 마이크로파 침투가열 기술 개발’ 연구 과제다.

정순신 박사는 “마이크로파의 파동 성질을 이용하면 땅속에서 마이크로파가 퍼지지 않고, 적절하게 모이도록 할 수 있고, 깊은 곳까지 가열할 수 있다”며 “농약 부작용이나 환경 오염 걱정 없이, 농작물 수확 후 빈 땅에 남은 병해충을 마이크로파로 방제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문헌 주은케어팜 대표는 “친환경 마이크로파 병해충 방제 장치는 국내외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고, 국내 이용은 물론 해외 수출길까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순신 한국전기연구원 박사가 마이크로파 침투 가열로 토양의 병해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c)한국전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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