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E100, 재생E 공급량·전력구매계약·자가생산소비 늘려야”

미래에셋증권 등 한국 36개 기업…세계 426개 기업 참여, 31개 기업 검증 통과

조강희 승인 2024.04.05 14:51 | 최종 수정 2024.04.05 14:53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4일 서울 양재동 에이티센터에서 열린 RE100 기술 전략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RE100 정책 및 산업 동향, 기업별 대응 전략 등이 공유됐다.

이날 행사는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기후기술인재양성센터와 한국에너지융합협회 한국RE100협의체가 주최했다. 후원은 한국동서발전, 주관은 세미나허브가 맡았다.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신재생정책실장은 탄소국경세 및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글로벌 동향을 짚은 뒤, 지난해 말 기준 구글과 애플 등 세계 426개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기업은 2025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한 미래에셋증권 등 36곳의 기업이 가입했다. 그 가운데 세계 76개 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고 보고했으며, 그 가운데 31개 기업이 검증을 통과했다.

김 센터장은 “국제 사회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RE100을 실제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고, 가입이 아닌 질적 달성도 요구가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온실가스 관리가 협력 업체와 물류 등의 모든 배출 단계로 확장되고, 소비자가 운영된 지 15년 이하 발전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를 요구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한국형 RE100은 국제 기준과 같이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이 목표다.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녹색 프리미엄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 제3자 및 직접전력거래계약(PPA), 자가용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등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된다. 재생에너지 소비자가 한국에너지공단에 사용실적 신청을 하면, 에너지공단은 소비자에게 재생에너지 구매확인서를 발급하는 방법으로 RE100에 참여하게 된다.

이행 수단 가운데 녹색 프리미엄은 전기요금과 별도로 입찰을 통해 구매하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전기 구매 실적을 에너지공단에서 손쉽게 확인받을 수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RE100 기술 요건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보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미국과 일본 등의 녹색요금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는 녹색 프리미엄 재원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재투자하고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 수력 등 원별로 입찰 방식을 개선했으며, 판매기업에 사용수단과 대상전원, 소재지, 상업운전개시일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김 실장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높고, 소매 전력 요금이 낮으며, 비중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고립 계통으로 외부 조달도 불가능하고, 의무할당제(RPS) 중심의 사업용 발전으로 육성해 온 재생에너지 사업을 RE100에 편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편의성 때문에 현재도 녹색 프리미엄이 이행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입찰 개선과 직접계약 및 공급인증서 활성화, 금융 및 세제 지원과 자가발전 확대, RE100 펀드 출시, 기업재생에너지 지원센터 운영 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신서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선임연구원은 “유럽연합 내로 들어오는 수입 상품에 과세를 하는 탄소 국경 조정제도의 특성상 철강과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등의 품목에는 전환기간으로 설정된 2025년까지 정부 차원에서 정교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품목은 모니터링과 보고, 검증, 인증서 등의 의무가 부과되고, 이를 어길 시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전환기간인 2025년까지는 보고서가 불완전하거나 미제출되면 탄소 톤당 10~50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전환기간 동안의 대응방법에 대해 각 기업은 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나, 환경과학원, 환경공단 등에서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2026년부터는 모니터링은 유럽연합이 정한 방법대로, 보고와 검증 및 인증서는 연 1회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이산화탄소 환산톤 당 100유로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신 선임연구원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제도에서 재생에너지는 상품의 고유 내재 배출량를 줄여 인증서 구매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바이오매스 기반의 연료나 원료를 사용할 경우,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경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적용받을 수 있으며, 원자력발전 역시 배출 계수가 낮아지는 것은 인정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근기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기후기술교육센터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일시적으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등한 적은 있으나 현재는 이전의 가격으로 돌아갔고, 경제성의 기준이 되는 균등화발전단가는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며 “반대로 태양전지 효율은 올라가고, 종류는 많아지고, 적용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앞 뒤 모든 면으로 태양광을 받아들이는 ‘양면수광’ 모듈, 수상형 및 영농형과 지붕형, 방음벽형 등 이미 소개된 것들 이외에도 태양광 패널로 둘러싼 공장 등의 모델을 소개하고 “최근에는 유휴부지 활용과 보급 확대를 위해 경사고정형 정남향 설치보다 수직형 동서향 설치도 발전량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이 실증돼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대만은 200메가와트(MW) 실증 프로젝트와 3.8기가와트(GW), 15GW 보급 등 단계를 거쳐 2035년까지 20.6GW의 해상풍력 개발이 목표”라며 “입찰 과정에서 시행 착오 끝에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고 계획입지제도를 확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수용성과 경제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만 정부가 부지를 발굴해 사업자에게 공급하면서 인허가를 사실상 면제하고, 발전사업자와 수요 기업의 협의 하에 낙찰 사업자가 RE100 직접전력공급계약을 맺거나 낙찰가로 대만전력에 판매하는 등의 방법도 이미 구비돼 있다”며 “우리도 공급의무화의 모델이었던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의 재생에너지 선진국이 도입한 경매제를 도입하고 망사용료 등은 범위를 정해서라도 지원하면 직접 거래를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영승 한국RE100협의체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RE100의 위상은 2014년 12개였던 가입 기업이 올해 428개사로 늘었고, 국내 기업도 2020년 6개사에서 올해 36개사로 늘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태양광에 편중돼 있고, 2022년 기준 47테라와트시(TWh)에 불과해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이 배합된 1000TWh 규모의 유럽과 미국, 2000TWh 규모의 중국, 250TWh 규모의 일본에 비해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 연구원은 “올해 2월까지 국내 직접계약 용량은 총 1021.3MW로 지난해 말부터 공급량이 크고 단가가 저렴한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급증했다”며 “최근 국내 기업도 단기적으로는 녹색프리미엄이나 REC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직접 계약과 자가 발전 등의 수단으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홍수정 아모레퍼시픽 환경전략팀장은 “당사는 2022년 오산과 중국 상해 사업장, 2023년 대전 사업장이 추가로 RE100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홍 팀장은 “오산뷰티파크 2.6MW 등 지난해 기준 전력 사용량 가운데 5%를 자가생산해 사용 중이며, 내년에는 10%를 목표로 각 사업장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며 “20년간 5MW 제3자 PPA, 20년간 2MW 직접 PPA, 17년간 3MW 가상전력구매계약 등 기존 계약분 이외에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녹색요금제와 REC, 자체 전력 감축 등을 실행해 2025년까지 전 사업장의 RE100을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동민 현대차증권 인프라투자팀장은 △옥상형 및 부지조성형 태양광 펀드 △탄소 포집 활용△전기차전환 탄소배출권 △환경부 모태펀드 신기술투자조합 등 넷제로 및 RE100 관련 투자의 다양한 예시를 선보였다.

박영욱 SK이앤에스 재생에너지마케팅1팀장은 “국내 4.6GW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 세계 300MW 육상풍력 등을 기반으로 지난달까지 총 844MW의 RE100 장기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양재동 에이티센터에서 글로벌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RE100 기술 전략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c)에너지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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